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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시기, 단 하루가 농사를 결정한다
지난가을, 이웃 농가의 김 씨를 만난 건 우연이 아니었어요. 들깨밭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그를 보고 다가갔죠. "올해 수확은 어때요?" 내 질문에 그는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며칠만 일찍 벨 걸 그랬어요. 씨알이 절반도 안 돼요."들깨 수확 시기는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너무 일찍 베면 덜 여문 씨앗이 많고, 너무 늦으면 알이 터져 떨어지거나 새가 쪼아 먹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적정 수확 시기를 놓칠 경우 최대 40-50%까지 수확량이 줄어든다고 해요. 이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게, 1kg당 2만 원을 호가하는 시세를 생각하면 10a(300평) 기준 손해액이 30만-50만 원에 달합니다.들깨 수확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요? 전문가들은 개화 후 40-45일, 전체 꽃의 70-80%가 지고 아래쪽 꼬투리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할 때를 적기로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꼬투리 3개 중 1개가 갈색으로 변했을 때를 기준으로 잡아요.너무 과학적이지 않아도 됩니다. 들깨밭에 들어가 몇 개 따서 손바닥에 비벼보세요.씨앗이 고르게 갈색을 띠고 단단한 느낌이 들면 바로 수확하세요.| 수확 시기 구분 | 외형적 특징 | 예상 수확량(10a 기준) | 씨앗 품질 |
|---|---|---|---|
| 이른 수확(너무 빠름) | 꼬투리 대부분 녹색, 씨앗 연한 갈색 | 80-100kg | 발아율 낮음, 기름 함량 35%↓ |
| 적기 수확 | 꼬투리 30-40% 갈색, 씨앗 진한 갈색 | 150-180kg | 발아율 90%↑, 기름 함량 45-48% |
| 늦은 수확 | 꼬투리 70% 이상 갈색, 씨앗 자연 탈립 시작 | 90-120kg | 발아율 60%, 기름 함량 40%↓ |
농사력 30년 차 박 농부의 말을 빌리자면, "들깨는 사람 눈치를 보는 작물"입니다. "수확하려고 하면 비가 오고, 비 온 뒤 햇볕에 말리려면 또 비가 오고. 결국 적기를 잡는 게 가장 큰 기술이죠." 실제로 기상청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9-10월 강수일수는 연평균 12-15일. 수확 적기가 2주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일기예보와 씨름하는 게 농사의 절반입니다.
베는 방법, 낫과 예취기 사이에서 고민된다면
들깨 베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후 작업 효율을 좌우합니다. 저는 처음에 무턱대고 예취기부터 들이댔다가 낭패를 봤어요.
줄기가 너무 질겨서 칼날이 무뎌지고, 베어 놓은 들깨가 엉켜서 말리기도 힘들었죠. 다음 해부터는 낫으로 직접 베기 시작했습니다. 낫 베기의 장점은 단연 선별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익은 것부터 골라 베면 수확량이 15-20% 늘어납니다. 하지만 300평 이상 밭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이때는 예취기가 필수죠. 다만 예취기 사용 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들깨 줄기를 20-30cm 높이에서 자르는 게 좋아요.너무 낮게 자르면 흙이 묻고, 너무 높게 자르면 꼬투리 손실이 생깁니다. 예취기를 고를 때는 가격대와 성능을 꼭 비교해보세요.2023년 기준 국산 중소형 예취기는 15만-25만 원, 일본산 고급형은 40만-60만 원입니다. 저는 18만 원짜리 국산 제품을 3년째 쓰고 있는데, 내구성은 나쁘지 않아요.다만 칼날 교체 주기가 2-3회 작업마다 필요하니 부품 가격(보통 1만-2만 원)도 생각해야 합니다.| 작업 방법 | 소요 시간(10a 기준) | 인건비 | 씨앗 손실률 | 추천 대상 |
|---|---|---|---|---|
| 낫 수작업 | 6-8시간 | 10만-15만 원 | 3-5% | 200평 미만 소규모 |
| 예취기 사용 | 2-3시간 | 3만-5만 원 | 8-12% | 300평 이상 대규모 |
| 콤바인(임대) | 1시간 | 20만-30만 원 | 2-3% | 500평 이상, 자본 여유 |
베는 방향도 중요합니다. 저는 항상 북쪽에서 남쪽으로 베기 시작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들깨 줄기가 대개 햇볕 방향인 남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어서, 그 방향으로 베면 줄기가 잘 넘어지지 않거든요.또 베자마자 바로 묶어 세워야 합니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10-15단씩 묶어서 '사다리'처럼 세우는 거죠. 이때 너무 빽빽하게 세우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말리기, 햇볕과 그늘 사이의 줄타기
들깨 말리기는 농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과정 중 하나입니다. 직사광선에 너무 오래 두면 씨앗이 타거나 기름 성분이 파괴됩니다.
반대로 그늘에서만 말리면 건조 속도가 너무 느려 곰팡이 위험이 커지죠.저는 3년 전까지는 무조건 마당에 펼쳐 말렸어요. 그런데 어느 해 장마가 일찍 찾아오는 바람에 200kg 넘는 들깨를 거의 다 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는 반그늘 건조법을 채택했어요. 베어 놓은 들깨를 묶어서 차양막 아래나 나무 그늘에 걸어두는 방식입니다.이렇게 하면 직사광선은 피하면서 통풍은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건조 시간은 보통 7-10일 정도 걸립니다.꼬투리를 손으로 비볐을 때 '바스락' 소리가 나고 씨앗이 쉽게 떨어지면 건조가 완료된 겁니다. 너무 오래 말리면 씨앗이 바스러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수분 함량을 측정할 수 있는 간이 수분계(1만-3만 원)를 하나 구비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적정 수분 함량은 8-12%입니다.| 건조 방법 | 건조 기간 | 품질 유지율 | 공간 효율 | 비용 |
|---|---|---|---|---|
| 마당 직사광선 | 5-7일 | 70% | 높음 | 무료 |
| 반그늘 건조 | 7-10일 | 90% 이상 | 보통 | 차양막 5만-10만 원 |
| 건조기 사용 | 2-3일 | 95% 이상 | 매우 높음 | 임대 30만-50만 원 |
| 헛간 자연 건조 | 10-14일 | 85% | 낮음 | 무료(공간 필요) |
건조기 임대는 농협이나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제 지역 같은 경우 1일 5만 원에 빌려주는데, 300평 기준 2-3일이면 충분하더군요.
다만 건조기 사용 시 온도 설정이 필요합니다. 40℃ 이상 올라가면 들깨 특유의 향과 기름 성분이 손실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저는 35℃로 맞추고 48시간 정도 돌립니다. 최근에는 온도·습도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건조장도 등장했습니다.초기 투자비가 500만-1,000만 원으로 부담스럽지만, 여러 농가가 공동으로 사용하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실제로 충청도某 지역에서는 5개 농가가 모여 건조장을 만들었는데, 개별 부담이 200만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터는 작업, 전통 방식과 기계화의 경계에서
들깨 타작은 가장 고된 작업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도리깨로 일일이 두드렸지만, 지금은 대부분 탈곡기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탈곡기라고 다 같은 게 아니에요. 수동 탈곡기는 10만-20만 원대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하루 작업량이 100kg 안팎으로 제한됩니다.반면 동력 탈곡기는 50만-100만 원대지만 하루 500kg 이상 처리할 수 있어요. 저는 3년 전에 70만 원짜리 중고 동력 탈곡기를 샀는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됐습니다.탈곡 시 주의할 점은 회전 속도입니다. 너무 빠르면 씨앗이 깨지고, 너무 느리면 꼬투리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습니다.제 경험상 분당 300-400회전이 적당합니다. 대부분의 동력 탈곡기는 속도 조절이 가능하니 꼭 확인하세요.| 탈곡 방식 | 시간당 처리량 | 씨앗 손상률 | 초기 비용 | 유지비 |
|---|---|---|---|---|
| 도리깨 수작업 | 5-10kg | 1-2% | 무료(노동력) | 없음 |
| 수동 탈곡기 | 15-20kg | 3-5% | 10만-20만 원 | 연 1만-2만 원 |
| 동력 탈곡기 | 50-80kg | 5-8% | 50만-100만 원 | 연 5만-10만 원 |
| 콤바인 일괄 작업 | 200kg 이상 | 2-3% | 임대 20만-30만 원 | 없음(임대료) |
탈곡 후에는 선별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씨앗에 섞인 이물질이나 미성숙 종자를 골라내야 하죠. 전통적으로는 키나 체로 바람을 이용해 선별했는데, 요즘은 풍구나 진동 선별기를 많이 씁니다.
풍구는 5만-10만 원, 진동 선별기는 30만-50만 원 정도예요. 저는 풍구를 쓰는데, 바람 세기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했습니다.너무 센 바람은 좋은 씨앗까지 날려버리거든요. 선별이 끝난 들깨는 저장이 관건입니다.밀폐 용기에 넣어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세요. 냉장 보관(0-5℃)하면 1년 이상 신선도가 유지됩니다.저는 20kg 단위로 진공 포장해서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들깨가 1kg에 2만-3만 원인 걸 생각하면, 직접 농사지은 들깨의 가치는 그 이상이죠.들깨 농사는 단순히 심고 거두는 게 아닙니다.
수확 시기 하나, 베는 방법 하나, 말리는 방식 하나가 최종 수확량과 품질을 결정합니다. 이 글이 들깨 농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직접 체험한 노하우를 하나씩 적용해보면, 분명 예년보다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