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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던 해,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봄이 오면 마냥 일찍 심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갓만큼은 얘기가 달랐다.
첫해에는 4월 초에 바로 파종했다가 한 달 만에 꽃대가 올라오는 참사를 겪었다. 수확량은 예상의 절반도 안 됐고, 잎은 억세고 쓴맛이 강했다.이웃 텃밭 아주머니는 9월 말에 심은 갓으로 겨우내 김장을 해결하셨다. 그 차이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갓의 성장 주기, 알면 보이는 최적의 타이밍
갓은 배추과 작물 중에서도 유독 기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의 2022년 시험 재배 자료를 보면, 갓의 생육 적온은 15-20도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생장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25도 이상 올라가면 추대(꽃대 올라오는 현상)가 빨라지고,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생육이 정체된다.| 시기별 파종 | 평균 생육일수 | 추대율 | 예상 수확량(kg/10a) | 잎 품질 |
|---|---|---|---|---|
| 3월 하순 | 45-50일 | 35% | 1,200 | 질기고 쓴맛 |
| 4월 중순 | 35-40일 | 55% | 950 | 억세고 매운맛 |
| 9월 상순 | 55-60일 | 5% | 2,100 | 부드럽고 감칠맛 |
| 10월 상순 | 60-70일 | 2% | 1,800 | 아삭하고 단맛 |
이 표를 보면 봄 재배와 가을 재배의 차이가 극명하다. 3월에 심으면 45-50일 만에 수확이 가능하지만, 추대율이 35%에 달한다.
반면 9월 상순에 심으면 55-60일이 걸리지만 추대율이 5%에 불과하다. 수확량은 2배 가까이 차이 난다.실제로 충남 논산의 한 농가에서 2023년에 같은 품종을 4월 초와 9월 초에 각각 파종한 결과를 보자. 4월 파종은 평균 38일 만에 꽃대가 올라왔고, 상품성 있는 잎은 전체의 40% 정도였다. 9월 파종은 58일 동안 잎이 두텁게 자랐고, 상품성은 90% 이상이었다.이 농가는 이후 갓 재배를 완전히 가을 작형으로 전환했다. 내 경험으로도 갓은 가을에 심어야 제맛이다.9월 첫째 주에 심으면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넉넉하게 자란다. 밤낮의 일교차가 커지면서 잎에 당분이 축적되어 단맛이 더해진다.봄 갓이 쌉쌀하고 매운 반면, 가을 갓은 입에 넣으면 은은한 단맛이 먼저 올라온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역별 기후 차이다.중부 지방은 9월 상순이 적기지만, 남부 지방은 9월 중순까지도 괜찮다. 제주도는 10월 초까지도 파종이 가능하다.반대로 고랭지 지역은 8월 하순에 심어야 서리 피해를 피할 수 있다. 이렇게 시기에 따라 수확량과 품질이 확연히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갓은 장일식물이라 낮의 길이에 민감하다.봄에는 낮이 길어지면서 꽃눈 분화가 촉진된다. 가을에는 낮이 짧아지면서 영양 생장에 집중한다.이 생리적 특성을 이해하면 왜 가을 파종이 유리한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흙 준비부터 발아까지, 실수하지 않는 파종 기술
갓은 발아율이 높은 편이지만, 흙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2021년 서울대학교 원예학과의 실험 결과를 보면, 파종 깊이가 0.5cm일 때 발아율이 95%였지만, 2cm 깊이에서는 60%로 떨어졌다.
너무 깊게 심으면 싹이 흙을 뚫고 나오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파종 깊이 | 발아율 | 초기 생장 속도 | 뿌리 발달 상태 |
|---|---|---|---|
| 0.3cm | 97% | 빠름 | 얕고 약함 |
| 0.5cm | 95% | 빠름 | 균형 좋음 |
| 1cm | 82% | 보통 | 다소 깊음 |
| 2cm | 60% | 느림 | 깊지만 약함 |
파종 방법도 중요하다. 흩어뿌리기를 하면 나중에 솎아내는 작업이 번거롭다.
줄뿌리기가 관리하기 편하다. 줄 간격 20cm, 포기 간격 10cm가 적당하다.이 간격을 지키면 잎이 서로 겹치지 않고 햇빛을 골고루 받는다. 실제로 강원도 홍천의 한 주말 농장에서 3년간 관찰한 결과를 보자. 줄뿌리기로 심은 갓은 흩어뿌리기보다 개체당 잎 수가 1.5배 많았다.병해충 발생률도 줄뿌리기가 15% 낮았다. 통풍이 잘 되니까 잎이 마르는 시간이 빨라져 곰팡이병 예방에 효과적이었다.파종 전 흙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갓은 배수가 잘되는 사양토를 좋아한다.밭을 만들기 2주 전에 퇴비를 넣고 깊이 갈아엎어야 한다. 1㎡당 잘 썩은 퇴비 2-3kg을 기준으로 한다.질소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잎이 무르고 병에 약해진다. 내가 가장 많이 실수한 부분이 바로 물주기다.파종 직후에는 흙이 마르지 않게 매일 물을 줘야 한다. 하지만 싹이 튼 후에는 흙 표면이 마를 때마다 주는 게 좋다.과습하면 모잘록병이 생기기 쉽다. 2020년 충북 농업기술원의 조사에 따르면, 갓 모잘록병의 70%가 과습에서 발생했다.발아 후 7-10일이 지나면 본잎이 2-3장 나온다. 이때가 첫 번째 솎아내기 적기다.포기 사이를 5cm 간격으로 남기고 솎아준다. 다시 2주 후에 10cm 간격으로 최종 솎아낸다.솎아낸 어린잎은 나물로 먹어도 맛있다. 씨앗 선택도 신경 써야 한다.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품종은 '청갓'과 '적갓'이다. 청갓은 잎이 얇고 부드러워 겉절이에 좋다.적갓은 잎이 두껍고 아삭한 식감이 있어 김치에 많이 쓴다. 2023년 종자 유통 업계 통계에 따르면, 청갓이 전체 갓 종자 판매량의 65%를 차지했다.품종별 키우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청갓은 비교적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적갓은 비옥한 땅을 좋아하고, 물 빠짐이 특히 중요하다. 같은 밭이라도 구역을 나눠서 심어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병해충 관리와 수확 시기의 절묘한 줄타기
갓을 키우면서 가장 속을 썩이는 건 벼룩잎벌레다. 이 작은 벌레는 잎에 구멍을 숭숭 뚫어 놓는다.
상품성이 확 떨어진다. 2022년 전남 나주에서 갓 농사를 짓는 50가구를 조사한 결과, 벼룩잎벌레 피해 본 경험이 있는 농가가 78%였다.| 병해충 종류 | 발생 시기 | 피해 증상 | 방제 방법 | 방제 효과 |
|---|---|---|---|---|
| 벼룩잎벌레 | 4-5월, 9-10월 | 잎에 구멍 | 덮개(부직포) 씌우기 | 80% 감소 |
| 노균병 | 5-6월, 10-11월 | 잎 뒷면 흰 곰팡이 | 배수 관리, 통풍 | 예방 효과 |
| 진딧물 | 4-10월 | 잎 말림, 생육 부진 | 천적(무당벌레) 활용 | 60% 감소 |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부직포 덮기다. 파종 후 바로 부직포를 씌우면 벼룩잎벌레가 접근하지 못한다.
발아 후에는 낮에 벗겨 주고 밤에 다시 덮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이 방법 하나로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도 벼룩잎벌레 피해를 80% 줄일 수 있다.노균병은 가을 장마철에 특히 기승을 부린다. 잎 뒷면에 흰색 곰팡이가 생기고, 심하면 잎 전체가 누렇게 변한다.예방이 최선이다. 물을 줄 때 잎에 직접 닿지 않게 흙 쪽으로 주는 게 중요하다.비가 온 후에는 바로 배수로를 정비해야 한다. 진딧물은 천적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무당벌레 유충 한 마리가 하루에 진딧물 50마리를 잡아먹는다. 2023년 경기도 농업기술원의 시험에서 무당벌레를 방사한 갓밭은 진딧물 피해가 60% 줄었다.농약보다 훨씬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수확 시기는 재배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쌈용으로 쓸 거면 파종 후 25-30일에 첫 수확이 가능하다. 어린잎이 부드럽고 맛이 순하다.김치용으로 쓸 거면 40-50일 정도 키워야 한다. 잎이 두껍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난다.내 경험으로는 갓은 너무 크게 키우면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잎 길이가 25cm를 넘기 시작하면 질겨진다.이상적인 수확 크기는 잎 길이 15-20cm다. 이때가 가장 부드럽고 맛도 좋다.수확은 아침 이른 시간이 좋다. 해가 뜨기 전에 수확하면 수분이 많아 싱싱하다.낮에 수확하면 시들기 쉽다. 수확 후 바로 물에 씻어 물기를 빼고,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 정도 신선함이 유지된다.가을 갓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장성이다. 늦가을에 수확한 갓은 김치를 담가도 오래 간다.10월 말에 수확해 김치를 담그면 이듬해 3월까지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봄 갓으로 담근 김치는 두 달도 못 가서 시어지는 것과 대비된다.갓 재배는 시기와 방법만 잘 지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작물이다. 특히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병해충에 강하고 키우기 쉽다는 점이다.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작은 실수 하나가 수확량에 큰 차이를 만든다.봄에 심을지 가을에 심을지 고민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가을을 추천한다. 두 번의 실패 끝에 깨달은 사실이다.가을에 심으면 병해충도 적고, 맛도 좋고, 저장도 오래 간다. 일석삼조다.이제 갓 심는 시기와 방법을 알았으니, 실제로 텃밭에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 9월 첫째 주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 준비하면 올가을에는 제대로 된 갓김치를 담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