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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가장 고마운 작물을 꼽으라면 단연 상추입니다. 봄에 한 번 심어두면 여섯 번 넘게 뜯어 먹을 수 있고, 가을에 다시 심으면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싱싱한 잎을 제공하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가을상추를 늦게 시작합니다.
"더워서" 혹은 "아직 시간 있다"고 미루다가, 정작 수확철에 접어들면 웃자라거나 병들어 속상해 하더군요. 작년 가을, 저도 같은 실수를 했습니다.9월 중순에 씨앗을 뿌렸는데, 발아는 잘 됐지만 한여름의 잔열과 일조량 부족으로 상추가 제대로 로제트를 형성하지 못했죠. 결국 10월 말이 되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쓴맛이 강해져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올해는 그 경험을 살려 8월 말에 파종을 진행했고, 지금 베란다 텃밭과 노지 텃밭에서 각각 다른 품종을 키우며 비교 중입니다.가을상추 파종시기, 단순한 달력이 아닌 기온과의 싸움
가을상추의 파종시기를 논할 때 중요한 건 "서리 오기 전 몇 번 수확할 것인가"입니다. 우리나라 중부지방 기준으로 첫서리가 내리는 시기는 보통 11월 초순입니다.
상추가 수확 가능한 크기까지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은 품종에 따라 40-60일. 즉, 9월 초에 심어야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함정이 있습니다.상추는 발아 최적 온도가 15-20도입니다. 25도가 넘으면 발아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30도 이상에서는 거의 싹이 트지 않습니다.8월 말-9월 초 우리나라 낮 기온은 여전히 30도에 육박하죠. 그래서 파종시기를 단순히 "9월 초"라고 말하기보다는, 최고기온이 28도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실제로 제가 기록한 작년 데이터를 보면요:| 항목 | 8월 20일 파종 | 9월 5일 파종 | 9월 15일 파종 |
|---|---|---|---|
| 발아율 | 45% (고온 피해) | 82% | 76% |
| 본잎 4-5매까지 소요일 | 22일 | 15일 | 18일 |
| 첫 수확까지 소요일 | 55일 | 48일 | 53일 |
| 총 수확 횟수 | 3회 | 7회 | 4회 |
| 서리 피해 여부 | 없음 | 없음 | 일부 피해 |
9월 5일 파종한 상추가 가장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8월 20일 파종은 발아 과정에서 고온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초기 생육이 더뎠고, 결국 수확 횟수도 적었죠. 반면 9월 15일 파종은 첫 수확 시기가 늦어져 서리가 내리기 전 4회밖에 수확하지 못했습니다.
품종 선택도 중요합니다. 시중에 파는 가을상추 씨앗 중에서도 내서성(더위에 견디는 성질)과 내한성(추위에 견디는 성질)이 각각 다릅니다.저는 올해 '청치마상추'와 '적치마상추'를 섞어 심었는데, 청치마상추가 더위에 상대적으로 강해 초기 생육이 좋았습니다. 반면 적치마상추는 선명한 붉은색이 예뻐서 시각적 만족감이 크고,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파종 방법도 까다롭습니다. 직파(밭에 바로 뿌림)와 육묘(모종부터 키움)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기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9월 초 직파는 땅속 온도가 높아 발아에 실패할 위험이 있지만, 육묘는 어느 정도 온도 조절이 가능하죠. 저는 9월 초 직파를 시도했을 때 발아율이 60%도 안 돼서, 그다음부터는 반드시 육묘 트레이에 먼저 싹을 틔운 후 본밭에 옮겨심습니다. 육묘 기간은 보통 2-3주면 충분합니다.이렇게 파종시기를 정확하게 맞추는 게 첫 단추입니다. 잘못 끼우면 나중에 모든 게 꼬이죠. 그럼 다음 단계인 정식(모종 옮겨심기)으로 넘어가 볼까요? 이 단계에서 흔히 하는 실수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정식할 때 뿌리 손상이 수확량을 좌우한다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걸 정식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냥 구멍 파서 넣으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이 과정에서 뿌리가 손상되면 생육 속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특히 가을상추는 봄상추보다 생육 기간이 짧기 때문에, 정식 후 뿌리 활착이 늦어지면 수확량이 급감합니다. 작년에 제가 겪은 사례를 말씀드리면, 한 번에 20개의 모종을 정식하면서 10개는 뿌리째 흙을 떼지 않고 조심스럽게 옮겼고, 나머지 10개는 흙을 털어내고 뿌리가 드러난 상태로 심었습니다.결과는 어땠을까요?| 구분 | 뿌리 보존 정식 | 뿌리 손상 정식 |
|---|---|---|
| 활착까지 소요일 | 3-4일 | 7-9일 |
| 정식 후 2주차 생육 상태 | 잎 8-10매, 폭 15cm | 잎 5-6매, 폭 10cm |
| 첫 수확 시기 | 정식 후 25일 | 정식 후 33일 |
| 총 수확량(그램/포기) | 280g | 190g |
| 병충해 발생률 | 5% | 20% |
뿌리를 보존한 쪽이 확실히 우세했습니다. 특히 병충해 발생률 차이가 눈에 띄었는데, 뿌리가 손상되면 식물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아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가을은 봄보다 병해충 활동이 덜하지만, 그래도 진딧물과 노균병은 여전히 위협적입니다.
정식 간격도 고민할 부분입니다. 상추는 포기 사이의 거리가 너무 좁으면 통풍이 안 돼 습해가 생기고, 너무 넓으면 수확량 자체가 줄어듭니다.제 경험상 가을상추는 봄상추보다 10-20% 더 좁게 심어도 괜찮습니다. 봄에는 일조량이 많고 생육이 빠르니 25-30cm 간격이 적당하지만, 가을에는 생육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20-25cm 간격으로 심어도 충분합니다.이렇게 좁게 심으면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늘어나서 가을철 짧은 기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식 깊이도 중요합니다.상추는 천근성(뿌리가 얕게 퍼지는 특성) 작물이라 너무 깊게 심으면 줄기가 썩을 위험이 있습니다. 포트에서 키운 모종의 흙 표면이 지면과 같은 높이가 되도록 심는 게 정답입니다.저는 처음에 "깊이 심어야 튼튼하겠지"라는 생각으로 3cm 정도 더 깊게 심었다가, 며칠 후 줄기 아랫부분이 갈변하면서 고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항상 흙 표면을 맞춰 심고 있습니다.정식 후 3일 정도는 차광망을 씌워주면 좋습니다. 가을 햇빛이 강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환경이 바뀐 모종은 직사광선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저는 50% 차광망을 사용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큽니다. 정식 후 4-5일째부터 차광망을 걷어내면 새순이 더 활발히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정식 과정이 끝나면 이제 물주기가 남았습니다. 상추는 물을 좋아하지만, 무턱대고 많이 준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특히 가을에는 기온과 습도 변화가 심해서 물주기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뿌리썩음이나 잎마름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물주기, 겉흙만 보고 판단하면 낭패 본다
상추 물주기에 대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중에는 "하루에 한 번", "아침에만 줘라" 같은 단순한 조언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이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가을철에는 일교차가 크고, 비가 오는 날과 맑은 날이 번갈아 나타나기 때문에 토양 수분 상태가 매일 바뀝니다. 저는 작년에 "가을에는 아침에 물을 줘야 한다"는 말만 믿고, 흙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매일 아침 500ml씩 물을 줬습니다.그 결과 2주 만에 잎끝이 마르고 아래 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죠. 원인은 과습이었습니다. 아침에 물을 줘도 낮 동안 증발이 덜 되고,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습도가 높아지면서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한 겁니다.그 후로 물주기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핵심은 손가락으로 흙을 찔러보는 것입니다.표면이 말라 있어도 2cm 아래가 촉촉하면 물을 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3cm까지 말라 있으면 바로 물을 줍니다.이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물주기 방법 | 장점 | 단점 | 가을철 적합도 |
|---|---|---|---|
| 매일 일정량(500ml/포기) | 관리가 편함 | 토양 상태 무시, 과습 위험 | ★☆ (비추) |
| 손가락 테스트 후 필요시만 | 정확한 수분 관리, 뿌리 건강 유지 | 시간 소요, 경험 필요 | ★★★★★ (강추) |
| 저면관수(받침대 물) | 균일한 수분 공급, 잎 건조 유지 | 설치 번거로움, 규모가 클수록 어려움 | ★★★★ (적합) |
| 점적관수(드립) | 자동화 가능, 수분 효율 높음 | 초기 비용, 전기 필요 | ★★★ (선택) |
가을철 물주기에서 또 하나 중요한 건 시간대입니다. 봄이나 여름처럼 아침에 물을 주는 게 아니라,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가 가장 좋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을 아침은 기온이 낮아 물이 잘 증발하지 않고, 저녁에 물을 주면 밤 동안 습도가 올라가 병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낮 동안 햇빛이 있을 때 물을 줘야 잎이 마르고 뿌리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습니다. 물의 온도도 신경 써야 합니다.찬 수돗물을 바로 주면 뿌리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물뿌리개에 받아서 30분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줍니다.그냥 두기만 해도 수돗물 속 염소가 날아가고 온도도 적당해져서 상추가 더 잘 자랍니다. 사실 이건 제가 우연히 발견한 건데, 찬물을 바로 준 포기와 실온에 둔 물을 준 포기를 비교해보니 생육 차이가 확연했습니다.물주기 빈도는 날씨에 따라 조절해야 합니다. 비가 온 다음 날은 당연히 물을 주지 않고, 맑은 날씨가 3일 이상 이어지면 손가락 테스트를 해서 결정합니다.가을에는 보통 2-3일에 한 번, 일주일에 2-3회 정도 물을 주면 충분합니다. 단,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나 일조량이 많을 때는 증발이 빠르니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이런 세심한 물주기 관리 덕분에 올해 가을상추는 잎이 두툼하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습니다. 특히 아침에 수확한 상추는 수분 함량이 높아서 쌈으로 먹기에 딱 좋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같은 품종, 같은 물주기를 해도 비료 관리에 따라 맛과 수확량이 완전히 달라집니다.비료, 액비와 밑거름의 조화가 맛을 결정한다
가을상추의 맛을 좌우하는 건 질소 비료의 양입니다. 질소가 너무 많으면 잎은 무성하게 자라지만 수분 함량이 높아져 물렁물렁해지고 저장성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질소가 부족하면 잎이 얇고 질겨지며 색이 연해지죠. 적절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저는 정식하기 1주일 전에 밑거름으로 퇴비를 넣습니다.구체적으로는 발효된 우분(소똥)을 1㎡당 2kg 정도 섞어줍니다. 퇴비는 질소, 인산, 칼리가 고루 들어있어서 초기 생육에 좋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해가 됩니다.특히 가을에는 미생물 활동이 봄보다 활발하지 않아 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밑거름은 많아야 2kg을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정식 후에는 액비를 활용합니다.액비는 물에 희석해서 주기 때문에 뿌리가 바로 흡수할 수 있어 효과가 빠릅니다. 제가 사용하는 액비는 직접 담근 발효액비인데, 깻묵과 설탕, EM(유용미생물)을 섞어 2주간 발효시킨 겁니다.이걸 500배 희석해서 7-10일 간격으로 줍니다.| 비료 종류 | 시기 | 효과 | 주의사항 |
|---|---|---|---|
| 퇴비(밑거름) | 정식 1주 전 | 초기 생육 기반, 토양 개량 | 과다 사용 금지(1㎡당 2kg 이하) |
| 발효액비(액비) | 정식 후 7일 간격 | 생육 촉진, 잎 색감 개선 | 500배 이상 희석, 농도 높으면 뿌리 손상 |
| 깻묵(추비) | 첫 수확 후 | 재생력 강화, 두 번째 수확량 증가 | 흙 위에 뿌리고 덮어줌 |
| 칼리 비료 | 10월 중순 이후 | 내한성 향상, 저장성 증가 | 과용하면 잎이 얇아짐 |
액비를 줄 때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물줄 때처럼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주는 게 좋고, 비가 오기 전날 주면 효과가 반감됩니다.
비가 오면 액비가 흘러내려 버리니까요. 저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최소 2일간 맑은 날이 이어질 때 액비를 줍니다.첫 수확을 하고 나면 추비(웃거름)가 필요합니다. 상추는 한 번 수확해도 새로운 잎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영양분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재생력이 떨어집니다.저는 첫 수확 직후 깻묵을 포기당 10g 정도 흙 위에 뿌리고, 가볍게 흙을 덮어줍니다. 그러면 5-7일 후에 새순이 더 통통하게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10월 중순 이후에는 칼리 비료를 추가합니다. 칼리는 식물의 세포벽을 강화해서 추위에 견디는 힘을 키워줍니다.시중에 파는 황산칼리를 1000배 희석해서 엽면시비(잎에 뿌림)를 하면,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상추가 더 오래 버팁니다. 작년에 이 방법을 써서 11월 10일까지도 노지에서 상추를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비료 관리에서 또 하나 팁을 드리자면, 상추의 색깔을 보고 판단하는 겁니다. 잎 색이 진한 녹색이면 질소가 충분하다는 뜻이고, 연한 녹색이나 노란색으로 변하면 질소가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저는 이걸 기준으로 액비의 농도나 횟수를 조절합니다. 너무 진한 녹색이면 액비를 한 번 건너뛰고, 연해지면 추가로 줍니다.이렇게 정성 들여 키운 가을상추는 봄상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 자라면서 당도가 높아지고 식감이 아삭해지거든요.특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수확한 상추는 쌈으로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됩니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상추로 만든 쌈밥 한 끼, 이 맛에 다들 텃밭을 포기 못 하는 거죠.자, 여기까지 가을상추의 파종부터 정식, 물주기, 비료까지 살펴봤습니다.
이 네 가지 핵심만 잘 지키면 11월까지 싱싱한 상추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을상추의 주요 병해충 방제법, 특히 노균병과 진딧물을 천연 제재로 막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그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