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가 한창 자라는 요즘, 웃거름을 줬는데도 잎이 노랗게 뜨거나 열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속이 타기 마련입니다. 특히 9월 초에 접어든 지금 시점의 낙과와 꼭지썩음 증상은 단순한 영양 부족이라기보다 생리장해와 거름 관리가 얽힌 복합적인 원인이 많은데, 정확한 원인을 짚지 않으면 웃거름을 더 줘도 오히려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고추 낙과와 꼭지썩음(배꼽썩음과)은 칼슘 결핍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며, 여기에 질소 과다와 토양 수분 변화가 겹치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됩니다.
웃거름 준 뒤 나타나는 낙과, 원인이 거름에만 있는 건 아니다
고추 낙과는 꽃이 진 뒤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못하고 떨어지는 현상으로, 웃거름을 준 직후에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소 성분이 많은 웃거름은 식물체를 왕성하게 자라게 하지만, 동시에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칼슘은 식물体内에서 이동이 거의 되지 않는 성분이라 새로 자라는 뿌리와 어린 열매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바로 생리장해로 이어집니다.
낙과가 시작되는 모습도 특징적인데, 처음에는 열매 꼭지 부분이 노랗게 변하면서 물러지다가 결국 꼭지째 떨어집니다. 참고 자료에서도 꼭지 부분이 변하면서 곪아 떨어지는 낙과 발생 양상을 따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을 만큼, 단순히 바람에 떨어지는 낙과와는 원인이 다릅니다.

| 구분 | 일반 낙과 | 꼭지썩음 동반 낙과 |
|---|---|---|
| 주요 원인 | 질소 과다, 일조 부족 | 칼슘 결핍, 수분 스트레스 |
| 증상 부위 | 꽃자루, 어린 과실 | 꼭지부터 갈변 후 부패 |
| 발생 시기 | 웃거름 직후 급격한 생장기 | 토양 건조 후 관수 시 |
여기에 토양 수분 변동이 크면 칼슘 흡수가 더 어려워집니다. 땅이 마른 상태에서 갑자기 물을 많이 주거나, 반대로 장마 후 급격히 건조해지면 뿌리가 칼슘을 따라올리지 못하고, 이때 꼭지 부분이 검게 썩어들어가는 꼭지썩음으로 이어집니다.
꼭지썩음(배꼽썩음과)이 웃거름과 맞물리는 이유
꼭지썩음은 고추 열매의 꼭지, 즉 배꼽 부위가 처음에는 물에 데친 것처럼 회백색으로 변하다가 점차 암갈색으로 쭈그러들며 말라붙는 증상입니다. 토마토에서도 같은 양상이 관찰되는데, 공통적으로 칼슘 결핍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웃거름을 줄 때 칼슘 비료를 함께 넣지 않으면 질소와 칼륨 위주의 거름이 오히려 칼슘 흡수를 억제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특히 웃거름으로 쓰는 요소나 황산칼륨 같은 비료는 토양 용액의 농도를 높여 삼투압을 상승시키고, 이는 뿌리의 칼슘 흡수를 방해합니다. 고추는 칼슘 요구량이 많은 작물인데도 토양 내 칼슘 부족보다는 흡수 장애로 인한 결핍이 훨씬 흔합니다.

| 생리장해 | 칼슘 결핍 영향 | 웃거름과의 관계 |
|---|---|---|
| 꼭지썩음 | 배꼽 부위 세포 붕괴 | 질소 과다 시 악화 |
| 낙과 | 꽃자루 형성 불량 | 토양 농도 상승 |
| 생장점 정지 | 잎 끝 고사 | 칼륨 과다 시 유발 |
칼슘 부족이 지속되면 열매 끝부분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생장점이 멈추고 윗잎이 이상하게 오그라들며, 잎자루 부분에 코르크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참고 자료에서 붕소 결핍 증상으로 설명된 부분이지만, 실제 포장에서는 칼슘과 붕소 결핍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웃거름 시기와 방법을 바꾸면 낙과를 줄일 수 있다
웃거름을 아예 주지 않을 수는 없지만, 주는 방식과 시기를 조정하면 생리장해 발생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고추는 1차 웃거름을 정식 후 15일쯤, 2차는 착과가 시작되는 시점에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9월 이후에는 질소 비중을 줄이고 칼슘과 칼륨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웃거름을 준 뒤에는 반드시 관수를 함께 해야 합니다. 거름이 토양 표면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농도 장애를 일으키기 쉽고, 이때 뿌리가 손상되면 칼슘 흡수는 더 어려워집니다. 웃거름 주기 전에 흙이 어느 정도 건조한 상태인지 확인하고, 너무 마른 상태라면 물을 먼저 준 다음 이틀 뒤에 거름을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 웃거름은 이랑 가장자리에 흙과 섞어 주고, 뿌리에서 15cm 이상 떨어진 곳에 시용
- 질소 함량이 높은 복합비료보다 칼슘·붕소가 포함된 전용 비료를 선택
- 웃거름 후 3~5일간 낙과 발생을 관찰하고, 이상이 보이면 즉시 관수로 농도를 낮춤
- 칼슘은 토양 시비보다 엽면 시비로 보충하는 것이 흡수 효율이 높음
칼슘 엽면 시비는 꼭지썩음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가장 빠른 대응 방법입니다. 다만 칼슘제 단독으로 뿌리면 흡수가 느리므로, 붕소가 함께 들어있는 제품을 선택하거나 별도로 붕소 비료를 섞어 살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생리장해로 떨어진 열매, 원인별로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
낙과된 열매를 잘 살펴보면 원인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꼭지가 깨끗하게 떨어진 경우는 수정 불량이나 일조 부족 가능성이 높고, 꼭지 부분이 갈변하며 떨어진 경우는 칼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떨어진 열매를 그냥 두면 병원균이 번식해 건강한 열매로 옮겨갈 수 있으므로 바로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꼭지썩음이 발생한 열매는 회복되지 않으므로 일찍 따내는 것이 후속 피해를 줄이는 길입니다. 이때 무리하게 줄기를 당기면 다른 열매에 상처가 날 수 있으니, 가위로 꼭지째 잘라내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웃거름을 줬는데 오히려 잎이 노래지는 이유가 뭔가요?
웃거름 직후 잎이 노래지는 것은 대부분 농도 장애 때문입니다. 비료 성분이 물에 녹지 않고 토양에 높은 농도로 남아 있으면 뿌리가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잎 끝부터 마르거나 노랗게 변합니다. 이 경우 물을 충분히 주어 토양 염류 농도를 낮춰야 합니다.
Q. 꼭지썩음이 보이면 바로 칼슘 비료를 뿌려도 되나요?
이미 증상이 나타난 열매는 회복되지 않으므로, 병든 열매를 제거한 뒤 아직 건강한 열매와 새로 맺히는 열매를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엽면 시비를 해야 합니다. 흐린 날이나 해질 무렵에 살포해야 잎에 흡수가 잘 됩니다.
Q. 낙과가 심한데 웃거름을 중단하는 것이 낫나요?
질소 위주의 웃거름을 중단하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다만 칼슘과 칼륨은 계속 공급해 주어야 합니다. 칼슘 부족으로 낙과가 발생한 포장에 질소를 더 주면 상황이 악화될 뿐입니다.
9월 고추 밭, 지금부터 관리가 내년 수확을 좌우한다
9월은 고추의 생육 후반기로, 이 시기에 발생하는 생리장해를 잘 관리하면 수확량을 크게 지킬 수 있습니다. 웃거름을 줄 때는 질소보다 칼슘과 칼륨에 비중을 두고, 토양 수분을 급격하게 변동시키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장마가 끝난 뒤 찾아오는 건조한 날씨에는 저녁 시간에 물을 주고, 아침에 이슬이 마를 때쯤 칼슘 엽면 시비를 병행하면 꼭지썩음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비가 온 뒤에는 토양이 과습해지기 쉬우므로 배수로를 정비해 뿌리가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추 생리장해는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웃거름 관리와 물 관리, 영양제 살포를 균형 있게 병행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기의 관리 습관이 올해 마지막 수확량과 내년 밭 상태를 결정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