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에 대해서 아시나요? TV나 매스컴에 종종 관련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었고, 최근에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자폐는 타인과의 의사소통, 즉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고, 감각에 이상이 있는 증상을 말합니다.
저는 이 용어가 먼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둘째가 햇수로 2년 전 자폐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된 것이죠.
사실 아이가 자폐 진단을 받기 전부터 관심있게 이 질병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왜 이런 질병이 생기고, 치료법은 어떻게 되는지 너무 궁금했죠.
자폐의 정의
1943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 레너드 캐너(Leonard Kanner)가 처음으로 ‘자폐증(Aut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자폐증은 타인과의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고,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를 일컫습니다.
자폐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타인과 눈맞춤을 하지 않음, 어쩌다 눈이 마주쳐도 돌 보듯이 아무런 상호작용이 없음
- 말을 아예 하지 않거나, 말을 해도 소위 말하는 핑퐁, 즉 상호작용이 전혀 되지 않음
-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함
-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임. 예를 들어 제자리 돌기를 계속한다거나 머리를 계속 좌우로 흔드는 등의 움직임을 보임
- 특정 사물이나 소리, 활동에 집착함
위에서 나열한 자폐의 증상은 결국 ‘나’라는 자아에 갇혀 오로지 내가 원하는 감각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위의 모습이 나타나질 않습니다. 당연한 것이 상호작용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성장이 되어야 보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건강히 잘 큰다고만 생각했었죠.
미국정신의학회(APA)가 발간한 DSM-5 에는 단순히 자폐증(Autism)이 아닌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Autistic] Spectrum Disorder, ASD)라는 용어를 도입하였습니다.
DSM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입니다. 여기서 DSM-5 는 DSM의 다섯번째 개정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자폐증이 아닌 자폐스펙트럼이라는 말을 쓴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습니다.
이전의 DSM-4와 ICD-10에서는 광범위성 발달 장애 범주 하에 자폐성 장애, 아스퍼거 장애, 레트 장애, 소아기 붕괴성 장애, 달리 분류되지 않은 광범위성 발달 장애 등으로 구분했었습니다.
- 자폐성 장애 : 타인과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반복적이고 제한된 행동을 보이는 경우
- 아스퍼거 장애 : 타인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지만, 언어와 지능이 정상인 경우
- 레트 장애 : 출생 후 정상적인 발달을 보이다가 1~4세 사이에 급격하게 퇴행하는 경우
- 소아기 붕괴성 장애 : 2~3세 사이에 정상적인 발달을 보이다가 언어와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 달리 분류되지 않은 광범위성 발달 장애 : 위의 4가지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하지만 DSM-5에서는 이러한 구분을 없애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하나의 범주로 통합했습니다. 자폐와 관련된 증상은 연속선상에 존재하고, 상태의 심각도나 지능 및 심리 사회적 발달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죠.
이렇듯 자폐에 대한 진단과 평가는 여러 개정을 거치며, 오늘날의 자폐스펙트럼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자폐가 의심되었던 순간
하지만 아이가 커 갈수록 무엇인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습니다. 먼저 분리불안이 아주 심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라 어린이집에 아침일찍 보내야 했는데, 그 때마다 아이를 떼놓기 위해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어린이집을 가는 차 안에서부터 발악을 하는 듯 우는데, 아이가 안쓰러워도 출근때문에 억지로 떼어놓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이런날이 매일 반복되면서 저도 모르게 짜증도 났고, 아이를 원망했던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분리불안이 오히려 애착이 강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지, 이것이 자폐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래와 같은 자폐의 특성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 사회적인 상호작이 어렵기 때문에 어린이집의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만나기 두려웠을 거라는 것
- 감각장애 때문에 정상적인 아이들보다 불안감이 훨씬 더했을 거라는 것
- 인지장애로 부모와 떨어진 후 다시 못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했을 거라는 점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몇마디씩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우리 둘째는 엄마 아빠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말을 하고싶어 하지도 않았구요. 그 모습이 이상하다고 의심을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호명반응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불러도 우리 둘째는 자기 할일에만 열중했었죠. 10번을 부르면 겨우 1~2번정도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식이었습니다.
시간이 가도 호명반응이 나아지질 않는 모습에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기개입의 중요성
아이가 아직 어리고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느껴진다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죠.
하지만 그 때도 이게 자폐와 연관이 있는줄도 모르고 싸~~한 느낌과 함께 일단 말부터 틔여보자며 언어치료를 시작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일단 언어치료라도 조기개입을 해서 현재 예후가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걱정이 기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내 아이가 특별한 아이라면, 빨리 개입하면 할 수록 아이의 상태는 좋아질 겁니다.
과도하고 근거없는 의심은 육아를 힘들게 만들지만, 적극적이며 관찰에 기반한 근거를 가진 합리적 의심은 아이를 한층 더 성장시킬 것이라는 것, 이 글을 보는 부모님 또는 아이의 양육자께서는 명심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폐는 이러한 사회성 측면의 문제와 행동발달적인 문제만 가지고 있을까요?
정답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자폐아는 언어장애와 지적장애를 동반합니다. 그래서 저 또한 단순한 언어지연의 문제인 줄 알고 발달센터에서 언어치료를 받았었죠.
다음 글에서는 우리 아이가 겪었던 언어지연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