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이야기

자폐를 받아들이기까지 상동행동 이상행동

내 아이가 자폐라는 걸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시작해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까지 마치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야속하게 아이의 상동행동과 이상행동은 계속 늘어만 갔다.

당신도 알 것이다. 이런 이벤트(?)는 쉽게 일어나지도, 그리고 쉽게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주변사람에게는 담담한 척을 했다. 특히나 아내가 충격을 받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내 속은 서서히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당황과 혼란 그리고 상동행동, 이상행동

처음에 아이가 자폐라는 것을 의심했을 때, 진단을 받지도 않았지만 믿겨지지 않았다. ‘아니, 우리 아이가 왜?’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폐라는 단어는 나에게는 너무 생소했다. 갑자기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충격에 머리속이 하얗게 변했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 마음속에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뒤엉켜 있었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더욱 슬펐던 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느낌을 받을때였다.

하지만 의심하면 할수록 이상행동, 상동행동들은 나에게 더욱 선명히 다가왔다. 그런 눈에 띄는 행동은 다음과 같았다.

  1. 자동차 장난감 바퀴만 굴리기. 자동차를 이용한 다양한 놀이를 일절 하지 않고, 바퀴를 굴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2. 블록쌓기에만 관심이 있었다. 다른 놀이는 할줄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3. 빙글빙글 도는 행동이 점점 늘어났다. 의미없이 빙글빙글, 무표정하게 감각추구하는 모습이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4. 실눈을 뜨고 책을 옆에서 비스듬히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시각추구인줄 그때는 몰랐다.
  5. 친구들과 상호작용, 즉 놀이가 되지 않았다. 혼자서 놀거나 방해를 받으면 극도로 예민해지고 거칠어졌다
  6. 일상생활의 패턴을 벗어나는 것, 원래 집으로 가던길이 아니라 다른길로 돌아가면 극도로 불안해하며 거부했다.

이런 행동패턴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유지되거나 늘어남을 느꼈을 때, 의심이 현실이 될 거란 불안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부정

그 다음엔 부정의 단계가 다가왔다. ‘이건 잘못된 걸거야, 우리 아이는 정상이라구!’라고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의 행동을 정상적인 범위 내로 해석하려고 애썼다. 정상적인 아이들도 어릴때는 이런 행동들을 일부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가 어리면 자폐인지 아닌지 구분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가 어려서 그런걸거야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했다. 이런 부정은 사실 내 마음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행동이나 반응이 다른 아이들과 확연히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노

그리고 다음으로 분노가 찾아왔다. ‘왜 하필 우리 아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에 대한 원망이 커졌다.

아니! 신이라는 양반이 있다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가!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나는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가! 왜 우리 가족이 이런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 분노했다.

한번 분노하기 시작하니 모든일이 짜증났고, 주위사람들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아이에 대한 미움은 더 커져갔다.

하지만 내 아이는 잘못한것이 없었다. 그저 나는 내 감정에 집어삼켜져 그 상태 그대로였던 소중한 내 아들을 미워하고 있었다.

마음 다잡기

어느 날, 아이를 쥐잡듯 다그치던 내가 문득 낯설어졌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이런다고 아이의 상태가 변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였다. 난 그저 내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던 거였다.

이래서는 안 됐다. 나는 마음을 다잡기로 다짐했다. 그 과정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자폐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고, 발달치료센터에서 더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했고, 의사의 진료와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이는 여전히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니까.

이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스스로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아이의 자폐를 받아들이는 것은 위에 휘리릭 쓰여진 글만큼 짧은 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닌 고민과 한숨의 밤을 수도없이 지샌 결과물인 만큼, 그 마음은 바위처럼 단단해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배우는 것을 즐기고 있다. 물론 때때로 힘든 순간들이 있지만, 그건 내가 오롯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내 아이는 한걸음 더 성장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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