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부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 중 하나는 이른바 ‘서초딩 보고서’입니다. 블라인드 게시글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보고 문화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서초딩’이라는 말, 왜 블라인드에서 난리일까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삼성전자 직원의 글은 지난 2026년 7월 기준으로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게시글 작성자는 “서초 보고가 빈번한 부서인데, 정말 서초딩들은 우리 집 초딩보다도 더 수준 떨어지는 인간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서초딩’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일하는 임원급 이상 인사들을 낮춰 부르는 은어입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실제 보고 과정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블라인드 내 당사에 대한 불만 고조’라는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첫 단계에서는 ‘블라인드’라는 단어에 주석을 달아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라고 설명하고, ‘불만’은 ‘마음에 흡족하지 않는 상태’, ‘고조’는 ‘높아짐’이라는 뜻을 풀이합니다. 그런데도 서초 실무자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반려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블라인드’의 정의를 더 자세히 적습니다. “2013년 출시, 000만 명 이용, 홍길동 대표(삼성전자 2012-15년 SR연구소 근무 경험)” 같은 내용이 추가됩니다. 그래도 ‘고조’라는 단어가 어렵다며 다시 수정을 요구합니다.
세 번째로 ‘고조’를 ‘높아짐’으로 바꿨더니, 이번에는 ‘불만’이라는 워딩이 너무 세다며 “꼭 불만이라 써야 하냐”고 태클이 들어옵니다. 결국 ‘의견 많아짐’으로 순화되고, 뒤에는 “부정적 의견도 있으나 대부분은 긍정적 의견”이라는 설명이 붙습니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갑자기 “SCI 점수가 전년 대비 20점 이상 하락했으며 그 원인이 해당 커뮤니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덧붙여집니다. 그러면 다시 실무자가 “이런 상태로는 보고할 수 없다”며 대책을 요구합니다. 최종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깁니다.
-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에서 당사에 대한 의견 많아짐(대부분 긍정적 의견)”
- “SCI 점수 전년 대비 20점 하락, 원인은 해당 커뮤니티”
- “조직문화 개선 목적으로 임직원 100명을 추첨해 희망별숲 쿠키 배부”
이런 보고서가 경영진까지 올라가면, 최종 결정은 “경쟁사는 쿠키를 어떻게 주나”, “초코칩을 더 넣으면 좋겠다”, “먹고 탈나면 중처법에 걸리니까 그냥 주지 말자” 같은 수준에서 끝난다고 글쓴이는 전했습니다.
서초에서 반려당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이런 보고 문화는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닙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서초에서 반려됐다’는 말로 통용됩니다. 이는 해리포터의 악당 이름을 부르지 않고 ‘그’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는 직원들의 자조 섞인 표현입니다.
사업지원T/F는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부회장이 이끕니다. 이 조직은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2017년 11월에 설립됐는데, 원래 목적은 전자 계열사 간 협력을 위한 조율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반도체 설계 로드맵 같은 핵심 기술 의사결정에까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글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CEO가 의사결정을 못 한다. 그들도 사업지원T/F에 허락을 받아야 하고 평가를 받는다. 빠른 의사결정은커녕 돈이 안 되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들은 폐기 처분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보고서 왜곡이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
이런 보고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메시지의 왜곡입니다. ‘블라인드에서 불만이 많다’는 단순한 사실이 수많은 필터를 거치면서 ‘의견 많아짐(긍정적)’으로 순화되고, 급기야 쿠키 배부라는 전혀 다른 대책으로 변질됩니다.
보고하는 실무자도 자신에게 불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장난질을 치게 됩니다. 한 블라인드 댓글은 “보고하는 애가 자기한테 불똥 떨어질 게 싫어서 메시지를 왜곡한다”며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경영진이 더 무능하고 나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문화는 결국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에 타격을 줍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완패했다는 평가를 내부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D램 설계 자체에서 문제가 생겨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19년 HBM 개발팀을 해체했던 김기남 부회장(현 종합기술원 회장)이 도입한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는 엔지니어링팀의 자율성을 해쳤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보고를 위한 보고가 많아져 개발 시간이 줄고, 엔지니어의 결정권이 약화되면서 개발 의욕까지 떨어졌습니다.
삼성전자, 이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2026년 7월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역대 최장인 29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를 기록하고, 주가도 52주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이재용 회장과 사장단이 모이는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다만 한 직원의 말처럼,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회사를 걱정하고 다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을 가진 직원들이 많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Q. ‘서초딩’이라는 표현은 어디서 나온 말인가요?
삼성전자 내부 직원들이 서초사옥의 임원급 인사들을 낮춰 부르는 은어입니다. 블라인드 게시글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했으며, 보고 문화에 대한 불만을 담고 있습니다.
Q. 사업지원T/F는 어떤 조직인가요?
미래전략실 해체 후 2017년 11월 설립된 조직으로,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간 공통 이슈를 협의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는 반도체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Q. 삼성전자 HBM 경쟁력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요?
D램 설계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해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지목됩니다. 2019년 HBM 개발팀을 해체한 결정과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가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